0. 서론

이번에 정말 감사하게도 컴투스에 렌더링 엔진 프로그래머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채용 프로세스 과정에서 여러 블로그 등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게 되어, 조금이나마 저와 같은 처지의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과정을 글로 적어봅니다.

1. 채용 공고 확인과 도전

사실 원래 취업에 큰 뜻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학부 2학년만을 마치고 휴학한 상태이다 보니 취업은 저와는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크래프톤 정글에서 공부하며 나도 한번쯤 실무를 겪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마침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님과의 면담에서 의장님도 학교로 돌아가는 것 보다는 실무를 겪어보는 걸 추천한다고 말씀해주셔서 기왕 이렇게 된거 이력서 쓰는 연습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할 회사를 찾게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게임 엔진 프로그래머(특히 자체엔진) 또는 렌더링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고 이쪽 방향으로 공부해 오다 보니 항상 마음에 두던 몇 군데 회사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컴투스에서 ‘서머너즈워 차기 RPG 렌더링 시스템 백엔드 개발’ 채용 공고와 ‘서머너즈워 차기 RPG 엔진 코어 개발’ 채용 공고가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원 자격과 우대 사항을 확인한 결과 두 파트 모두 한 번쯤 지원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1월 1일에 지원했는데, 새해라 겁이 없었습니다 ㅋㅋ) 지원했고, 그 중 렌더링 시스템 백엔드 개발 파트에서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서류 합격 통보 당시 크래프톤 정글 전체 회식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옆자리에 의장님이 앉으셔서 궁금한 것들도 물어보고 대화도 하다 보니 컴투스에서 온 전화를 놓쳐서 뒤늦게 문자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ㅋㅋ

서류 합격한 렌더링 시스템 백엔드 채용 공고

서류 불합격한 엔진 코어 개발 채용 공고.
제 생각엔 제출한 포트폴리오와 채용 공고가 서로 핏이 안 맞았던 것 같습니다.

2. 필기테스트(코딩테스트)

컴투스 인사채용팀과 연락해 필기테스트 날짜를 잡은 후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컴투스는 알고리즘 코딩테스트 외에도 전공 지식을 묻는 객관식 시험이 함께 있었는데, 어떤 걸 준비해야 할지 잘 몰라서 막연히 ‘렌더링 파트니까 그래픽스 문제가 나오겠지’ 라는 생각에 그래픽스 서적 한 권을 훑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철저히 대비했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기존에 알던 지식들만으로 시험을 쳤는데 알고리즘 두 문제 중 한 문제에서 Time Exceed가 난 걸 확인을 못하고 여유롭게 객관식 검토를 하다 테스트 종료 8분 전에 확인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그 문제는 시간 초과가 난 상태로 제출하고 테스트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는데, 오전에 본 시험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면서 컴투스에 지원한 걸 알았던 유일한 정글 동료를 붙들고 엄청 자책했던 기억이 나네요(한봄아 미안해 ㅠㅠ). 알고리즘 두 문제중 한 문제를 날려버렸으니 무조건 불합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접고 정글 공부나 하려고 생각한 순간 오후 2시쯤 컴투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결과는 합격. 이때 날아갈 듯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의아했습니다. ‘왜 내가 합격이지..? 알고리즘 하나 날리고 객관식도 그다지 잘 본 것 같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 참고로 필기테스트에서는 그래픽스, 수학, C++, 알고리즘 등 게임 프로그래밍과 전산학 전반에 걸친 내용들을 물었습니다.

3. 1차 면접(기술면접)

앞서 술회했듯 저 스스로 필기테스트 결과에 대해 의아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분명 기술면접을 보면 필기테스트 내용들로 공격(?)당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필기테스트에 나왔던 객관식 문제들과 알고리즘 문제를 검토했습니다. 특히 객관식에서 그래픽스 문제 중 툰 쉐이딩에 관련된 문제를 전혀 모르겠어서 찍었던 터라 그 부분을 추가로 공부했습니다. 이외에도 정글 코치님께 개인면담을 신청해서 현재 상태에 대해 알리고 조언을 요청했는데, 신입 개발자에겐 기술 면접으로 엄청 딥한걸 물어보진 않을 거라며 알고리즘, 자료구조와 렌더링 파이프라인 정도에 대해 이해하고 들어가면 충분할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대망의 면접 당일. 면접은 오후 면접이었으나 근처 넷마블에 재직중인 동아리 형과 밥도 먹고 면접 팁도 얻을 겸 일찍 출발했습니다. 컴투스가 입주중인 빌딩에 주차를 마친 후 슬쩍 1층 라운지를 곁눈질하고 나오는데 긴장과 함께 설렘이 느껴졌습니다. 동아리 형과 점심을 먹으면서 조언해주길, ‘어차피 학교가 2년이나 남아서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면접 경험치를 쌓는다 생각하고 편하게 보고 와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학부를 졸업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에 자격지심이 있다 보니 수긍할 수 밖에 없었고, 이 점을 인정하는 순간 갑자기 긴장이 해소되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래, 어차피 안 될 면접이니까 후회 없이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오자’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대로 컴투스 사옥 옆 스타벅스에서 대기하다가 면접에 들어갔습니다.

자세한 면접 내용은 알려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대부분이 제출한 포트폴리오에 관련된 질문이었고, 그래픽스 기초와 인성 면접 질문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면접 분위기는 저 스스로 느끼기에 굉장히 화기애애했고, 면접을 봐 주신 팀장님과 시니어 분들께서 굉장히 편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셨습니다. 그 덕에 면접을 잘 볼 수 있었고, 끝나고 난 뒤 ‘꼭 저 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면접 결과는 면접 당일로부터 차주 내로 알려준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여유있게 마음을 먹고 기다리려 했는데 의외로 면접 다음 날 오전에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결과는 합격. 2차 면접 일정 조율을 위해 가능한 요일을 인사채용팀에 전달한 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될 것 같다.'


4. 2차 면접(임원면접)

임원면접은 기술적인 질문보다는 지원자가 얼마나 팀에 잘 융화될 수 있는지를 보는 면접일 것이라 예상했고, 그래서 1차 면접 당시 받았던 인성 면접 질문들을 다시 정리하는 정도로 준비를 마쳤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2차 면접을 보기 위해 컴투스 라운지에서 대기하는 도중, 면접관님의 업무 일정으로 인해 면접이 조금 지연될 것이라는 얘기를 전달받았습니다. 이 때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면접관이 지원자를 홀대하면(면접 과정에서 핸드폰을 본다거나, 일찍 나가버린다거나, 반대로 늦게 들어온다거나…) 보통 탈락이다’ 라는 말이 생각났고, 그 순간부터 엄청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2차 면접은 본부장님과 HR담당자님 두 분이 진행해 주셨고, 앞서 생긴 긴장 때문에 1차와 달리 말도 조금 버벅이고 준비해 온 대답 대신 머리에서 즉석으로 문장을 쥐어짜내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면접을 본 후 나오면서 기대로 가득찼던 면접 전과 달리 기대와 걱정이 절반쯤 섞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1차 면접은 하루만에 결과를 알려줬었는데 2차는 하루 뒤에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부터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면접을 본 후 이틀째 되는 날 너무 궁금한 나머지 먼저 컴투스 인사채용팀에 연락해서 혹시 결과가 정해졌는지를 문의했습니다. 연락받은 담당자님께서는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 한번 확인해 본 후 연락하겠다고 하셨고, 전화를 끊은 후 30분 가량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중 컴투스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5. 합격!

결과는 합격이었고, 입사 조건과 입사일에 대한 안내를 전화로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는 내내 가슴이 떨려서 수화기 너머로 어떤 얘기가 넘어오고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여서 해주신 말을 몇 번이나 재차 확인해가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가 끝나자마자 입이 귀에 걸린 채로 돌아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결과를 알렸고, 다들 축하해 주었습니다 ㅎㅎ..

정말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아서 이후에 온 입사 메일을 몇 번이고 들여다본 기억이 나네요. 내가 이렇게 쉽게(?) 취업을 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반대로 힘들었던 20대 초반부를 이렇게 보상받는구나 싶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지만, 이력서를 넣거나 면접을 보기 전의 저와 같은 상황이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만 조언하자면

  1. 겁먹지 말고 일단 넣어보세요.

    저는 학부를 4년 중 2년밖에 수료하지 않은 휴학생이었고, 자체 엔진이랍시고 만든 포트폴리오는 3D 게임 하나 뽑아낸 적 없는 상태였지만 일단 넣어봤고, 통과했습니다. ‘내 상황에서는 여긴 안되겠지’와 같은 생각으로 지레 겁먹고 도망치는 것 보다는 이력서 쓰는 연습이라도 한다는 생각으로 지원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2. 협업 경험이 중요합니다.

    면접에서 정말 많이 나왔던 질문들 중 하나가 바로 협업 경험에 관한 질문들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회사는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얼마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등을 궁금해합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 이걸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협업을 통해 무언가를 제작해 보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 호흡해 본 경험을 어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전산학 지식과 포트폴리오가 중요합니다.

    기술면접 질문의 대부분은 제출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전산학 지식을 얼마나 탄탄히 쌓아 놓았는지를 물었습니다. 꼭 취업만을 위하지 않더라도 전산학 지식은 개발자의 기초 체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탄탄하게 기반 지식을 쌓으시고,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파트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포트폴리오는 반드시 완성된 것만을 제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당장 제출한 포트폴리오 중 절반은 좋게 말해서 진행 중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완성인 상태로 제출했지만, 면접관 분들이 다들 좋게 봐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저의 입사 과정 회고를 마치겠습니다. 컴투스에 지원하든, 다른 회사에 지원하든 이 글을 보신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